2026년 7월 10일, 인사동 골목에 자리한 전통찻집 귀천에서 잠시 쉬어갔어요.
천상병 시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쌍화차 한 잔을 마시며, 오래된 인사동의 시간을 만나보았습니다.
외국인 여행객이 많아진 인사동
오랜만에 인사동을 걸었어요. 귀천에서 차를 마신 뒤 운현궁과 조계사까지 천천히 둘러보았는데, 예전 기억 속 인사동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걷는 동안에는 외국인 여행객이 유난히 많았어요.
골목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가 뒤섞여 들렸고, 전통차를 파는 가게 앞에서도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인사동이 이제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꼭 들러보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담쟁이덩굴 골목에서 만난 귀천
인사동 골목을 걷다가 찾아간 곳은 전통찻집 귀천이었어요.
담쟁이덩굴이 붉은 벽돌 외벽을 뒤덮은 좁은 골목 안쪽에 ‘歸天’이라는 한자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낡은 문 옆에는 천상병 시인의 얼굴과 시 「귀천」이 담긴 액자가 놓여 있었어요.
화려하게 꾸민 입구는 아니었지만, 담쟁이덩굴과 오래된 벽돌, 나무 문이 어우러져 이곳에 쌓인 시간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귀천이라는 찻집의 역사가 1985년 시작되었다는 안내문도 눈에 들어왔어요.


시인의 아내가 시작한 찻집
귀천은 단순히 예쁜 이름을 가진 전통찻집이 아닙니다.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에서 이름을 따온 곳이에요.
1985년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 여사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인사동에 귀천 1호점을 열었습니다.
가난과 병을 안고 살았던 시인과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삶의 터전이었어요.
귀천은 이후 문인과 문화예술인, 언론인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을 만나러 온 사람들과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고 해요.
천상병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목순옥 여사는 오랫동안 찻집을 지켰습니다.
현재 인사동에서 만날 수 있는 귀천은 2002년 목순옥 여사의 조카가 문을 연 2호점이에요. 원래의 1호점은 목순옥 여사가 별세한 2010년 문을 닫았지만, 2호점이 그 이름과 이야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찻집 안에 남은 천상병 시인의 흔적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여느 카페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낮은 소파, 벽 한쪽을 가득 채운 도자기 찻잔과 오래된 소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반 위에는 천상병 시인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작은 흉상이 놓여 있었어요.

한쪽 벽에는 시인의 초상화가 큼직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손글씨로 적은 시가 함께 표구되어 있었고, 아래에는 색이 바랜 흑백사진들이 작은 액자에 담겨 있었어요.
옆 책장에는 오래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습니다.
책과 사진, 찻잔 하나하나에 오랜 시간이 켜켜이 내려앉아 있는 듯했어요.

화려하거나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소박함 때문에 귀천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더 진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창가에는 붉은 꽃이 핀 안스리움 화분이 놓여 있어 오래된 나무와 벽돌 사이에 작은 생기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쌍화차와 함께 나온 소박한 다과상
메뉴판에도 귀천만의 색이 담겨 있었어요.
모과차와 매실차, 쌍화차를 비롯한 전통차가 중심이었고 팥빙수와 단팥죽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쌍화차를 골랐어요.
잠시 후 대추와 잣이 동동 뜬 진한 쌍화차가 작은 소반에 담겨 나왔습니다.
옆에는 한과와 생강으로 만든 달콤한 다과도 함께 놓였어요.
큰 기대 없이 주문한 차 한 잔에 정성스러운 다과까지 곁들여 나오니, 요즘 카페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넉넉한 인심처럼 느껴져 반가웠습니다.
쌍화차는 향이 진했지만 지나치게 쓰지 않았어요.
인사동 골목을 걸으며 조금 지쳤던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오후 시간이 되자 찻집 안에도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습니다.
나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찻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어요.
시끌벅적한 관광지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귀천 안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했습니다.

변한 인사동, 그 안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
솔직히 말하면 인사동에 대한 인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골동품 가게와 화방, 필방이 줄지어 있던 거리에는 이제 기념품점과 카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광지화되어 가는 모습이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인사동 골목에 남은 이야기와 우리 문화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는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귀천에 앉아 쌍화차를 마시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거리의 풍경은 계속 달라져도 이 작은 찻집은 여전히 한 시인의 삶과 문학, 그리고 그 곁을 지킨 아내의 마음을 품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세상 소풍을 마친 뒤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었던 시인의 마음처럼, 귀천도 그렇게 담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인사동에는 유명한 맛집과 예쁜 카페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 천천히 걷고 싶은 날이라면, 골목 안쪽의 귀천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셔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차가 식어가는 동안 오래된 사진과 시인의 얼굴을 바라보다 보면, 빠르게 변하는 인사동 속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시간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귀천 방문 정보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14길 14
전화: 02-3210-2288
영업시간: 월~토 11:00~21:00 / 일요일 11:00~17:00
※ 영업시간은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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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로 알아보는 인사동 귀천
Q. 귀천은 어디에 있나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14길 14에 있습니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서 쌈지길 주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담쟁이덩굴로 덮인 붉은 벽돌 건물을 만날 수 있어요.
Q. 귀천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귀천은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시인의 삶과 문학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해요.
Q. 현재의 귀천이 1985년 문을 연 그 가게인가요?
현재 영업 중인 곳은 2002년 문을 연 귀천 2호점입니다.
목순옥 여사가 1985년 시작한 1호점은 2010년 문을 닫았고, 현재는 조카가 연 2호점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어요.
Q. 대표 메뉴는 무엇인가요?
모과차와 매실차, 대추차, 쌍화차 같은 전통차가 있습니다.
팥빙수와 통단팥죽도 판매하며, 차를 주문하면 한과나 생강 다과가 함께 나올 수 있어요.
Q. 영업시간과 연락처는 어떻게 되나요?
전화번호는 02-3210-2288입니다.
온라인에 안내된 영업시간이 서로 다르므로 늦은 오후나 일요일에 방문할 때는 출발 전 전화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래된 골목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귀천에서 보낸 짧은 시간도 그랬어요.
빠르게 달라지는 인사동 속에서 변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난 것 같아, 찻집을 나선 뒤에도 마음 한편이 따뜻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찻집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