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사이트 에코입니다.
요즘 제 아침은 거의 옥상 산책으로 시작됩니다.
옥상에 올라가면 라일락 향기가 먼저 반기고, 왕관조팝은 활짝 피어 있습니다. 세릭스는 왕성하게 자라고 있고, 작약은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듯 꽃망울을 단단히 품고 있습니다.
클레마티스도 열심히 꽃망울을 맺으며 위로 오르고 있고, 블루베리꽃은 30여 그루에서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중입니다. 아로니아와 복분자도 새순을 올리고, 포도나무에는 작은 포도송이까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옥상은 그야말로 새 생명들로 난리법석입니다.
우리 집 옥상은 작은 공간이지만, 사계절 돌아가며 눈을 호강시켜 주는 작은 가든입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열매가 맺히고, 가끔은 점심 밥상에 올릴 초록 재료도 내어 줍니다.
오늘 점심도 그렇게 옥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옥상에서 따 온 오늘의 초록 재료
점심으로 파전을 부쳐 먹어볼까 싶어 바구니를 들고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오늘 파전의 주인공은 옥상에서 잘라 온 파였습니다.
여기에 깻잎 몇 장, 부지깽이 몇 잎, 쑥갓도 조금 더했습니다.
많이 넣으면 파전보다 향채전 느낌이 강해질 것 같아, 향을 살짝 더하는 정도로만 준비했습니다.
깻잎은 따로 심은 것이 아니라, 작년에 떨어진 씨앗이 저절로 발아해 자란 아이들입니다.
옥상에는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생명들이 불쑥불쑥 올라와 더 반갑습니다.
부지깽이는 다년생이라 해마다 다시 올라오는 고마운 나물입니다.
우리 집 옥상 부지깽이는 코로나19 시절부터 함께한 아이인데, 올해도 벌써 네 번 정도 나물로 해 먹었습니다.
오늘은 파전에도 몇 잎만 살짝 넣어 향을 더해 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화분들 사이에서 자란 재료들이지만, 한데 모아 놓으니 제법 풍성했습니다.





조개살은 한살림에서 사 왔습니다
오늘 파전 재료가 모두 옥상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옥상에서는 파와 향채들을 가져왔고, 조개살은 집 근처 한살림에서 사 왔습니다.
우리 집에서 한살림까지는 걸어서 3분 정도입니다.
필요한 재료가 생각났을 때 금방 다녀올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오늘 파전에 들어간 재료는 간단했습니다.
파, 양파 조금, 당근 조금, 종합 조개살, 계란 한 개, 소금 조금, 튀김가루 조금.
여기에 깻잎 몇 장, 부지깽이 몇 잎, 쑥갓도 조금 더했습니다.
복잡한 요리는 아니지만, 냉장고 속 재료와 옥상 채소가 만나면 그 자체로 제법 풍성한 한 끼가 됩니다.

첫 번째 파전은 조금 두툼하게, 두 번째는 더 가볍게
처음에는 준비한 재료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조금 남기기도 애매해서 모두 넣었더니, 파전이 제법 두툼하게 부쳐졌습니다.

얇고 바삭한 파전이라기보다는, 조개살과 옥상 향채가 듬뿍 들어간 든든한 점심 한 접시에 가까웠습니다.
모양은 살짝 피자처럼 되었지만, 그 안에는 오늘 옥상에서 따 온 초록 재료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조금 아쉬워, 다시 옥상에 올라가 파와 향채를 조금 더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재료는 예쁘게 보일 만큼만, 반죽은 붙을 만큼만 넣었습니다.
팬 위에 파를 가지런히 놓고, 조개살과 당근, 양파를 조금 더한 뒤 계란을 살짝 둘렀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파전다운 모양이 살아났습니다.
부엌은 잠시 난리굿이 되었지만, 접시에 담긴 파전을 보니 괜히 뿌듯했습니다.

옥상에서 시작된 소박한 점심 한 접시
완성된 파전은 소박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점심에는 작은 기쁨이 있었습니다.
옥상에서 직접 잘라 온 파가 들어갔고, 저절로 자란 깻잎과 오래 함께한 부지깽이도 몇 잎 들어갔습니다.
쑥갓은 향을 더했고, 조개살은 맛을 조금 더 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양념간장과 곁들임장을 조금 준비하고, 옥상에서 딴 잎채소도 함께 놓았습니다.
그렇게 차려 놓고 보니, 거창한 밥상은 아니지만 꽤 그럴듯한 점심 한 상이 되었습니다.
직접 기른 채소가 꼭 많아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파 한 줌, 깻잎 몇 장, 부지깽이 몇 잎만으로도 식탁 위에는 계절이 살짝 올라옵니다.

블루베리 요거트로 산뜻하게 마무리
두툼하고 고소한 파전을 먹고 나니, 입가심으로는 블루베리와 꿀을 곁들인 요거트가 잘 어울렸습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파전 뒤에 상큼한 요거트를 먹으니 점심 한 끼가 조금 더 산뜻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옥상 블루베리는 아직 꽃이 피고 지는 중이지만, 곧 열매의 계절도 천천히 다가오겠지요.

마치며
오늘의 파전은 거창한 요리라기보다, 일상 속 작은 수확에 가까웠습니다.
옥상에서 파를 자르고, 깻잎과 부지깽이, 미나리와 쑥갓을 조금 담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한살림에서 조개살을 사 와 점심 파전을 부쳤습니다.
중간에 파전이 조금 두툼해지기도 하고, 부엌이 난리굿이 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까지 즐거웠습니다.
작은 가든이 내어 준 초록 재료 덕분에 평범한 점심이 조금 특별해졌습니다.
오늘 점심은 그렇게, 옥상에서 시작해 팬 위에서 완성된 소박한 조개살 파전 한 접시였습니다.
지난 옥상 정원 이야기도 함께 보면 좋아요.
🌸 코로나가 선물해준 옥상 정원, 블루베리 30그루의 봄
🌸 코로나가 선물해준 옥상 정원, 블루베리 30그루의 봄
베란다나 옥상이 있는데 그냥 방치하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어요.그런데 2020년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추면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아무 데도 나갈 수 없던 답답한 봄날, 저는 무작정
insight10853.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