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는 그날도 조촐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그냥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특별한 약속도, 대단한 기대도 없는
아주 평범한 12월 24일 저녁이었다.
그런데
밖에서 갑자기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메리 크리스마스—!”
순간, 우리는 서로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창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지금도 또렷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다.
갑자기 나타난 크리스마스 마차

어둠 속 겨울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한 마차와 트리, 선물 상자가
하나의 작은 축제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사슴 모형에는 작은 전구들이 촘촘히 감겨 있었고,
그 뒤에는 선물 상자와 트리, 반짝이는 장식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그저
“와…”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 밤에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예고 없이 도착했다.
그리고, 정말 산타가 있었다

마차 위에는
정말로 산타가 있었다.
빨간 옷을 입은 산타는 손을 흔들며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조용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도, 어른도, 모두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같은 장면 속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주민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외투만 급히 걸친 사람,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
휴대전화로 연신 사진을 남기는 이웃들.
그날 밤,
우리는 서로 이름을 몰라도
같은 장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같은 불빛을 보고,
같은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크리스마스는 준비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우리는 그날
대단한 계획도 없었고,
특별한 파티도 없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그 모든 준비와는 상관없이
아주 느닷없이,
아주 화려하게 우리에게 찾아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크리스마스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꼭 많은 것을 준비해야만 오는 것도 아니고,
꼭 특별한 장소에 있어야만 느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아무 일 없던 밤 한가운데에도
조용히 찾아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빨간 소방차가 남기고 간 것

산타 마차만큼이나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그 옆에 함께 서 있던 빨간 소방차였다.
동화 같은 장면 옆에 서 있던,
아주 현실적인 상징.
그날 밤의 크리스마스는
환상이기도 했고,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아주 따뜻한 풍경이기도 했다.
우리는 결국
그날 밤 늦게까지 창밖을 바라보며 웃고,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며
조금 더 오래 깨어 있었다.
조촐하게 끝날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렇게 예고 없이 가장 오래 기억될 밤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매년 12월이 되면
그날 밤의 산타 마차와
그 옆의 빨간 소방차를
자연스럽게 다시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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